[비포선라이즈] 가수 '후니아'…"음악 안에서 살고 싶다"


[문화뉴스] 'Before Sunrise', 해돋이가 주는 기운은 늘 고요하면서도 웅장하다. 문화뉴스가 '비포 선라이즈'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역시 붉은 태양처럼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예술가다. 이들의 예술혼을 앞으로 연재를 통해 독자분들의 온몸에 전하고자 한다. 

한 스물아홉 청년이 있다. 십년 가까운 무명 생활 끝에 우연한 기회로 대중에게 알려진 노래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바램을 시작한,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가수 '후니아'의 이야기다. 2015년 코미디빅리그의 '여자사람친구' 코너 속 삽입곡 '여자로 보여'로 대중에게 알려진 이후 공백기를 가지다 최근 'COME WITH ME'라는 새로운 싱글을 내고 돌아온 그. 

낯을 가린다며, 웃는 얼굴이 어색하다며 수줍어하는 청년이지만 팬에 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눈을 반짝이던 '후니아'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싱어송 라이터 '후니아'다. 얼굴이나 이름보단 노래가 유명한 가수다. 

어떤 노래인지. 

ㄴ '여자로 보여'라는 노래인데 코미디 빅리그 삽입곡으로 쓰여서 제 생각보다 많은 분이 알아주신다. '여자로 보여'가 첫 싱글이고 '콕 찌르기'가 여름에 나왔다. 겨울에는 '아홉수'를 냈다. '아홉수'는 제 이야기를 많이 담은 노래였다. 그리고 올해 들어 8개월 정도 공백기를 가지다 이번에 'COME WITH ME'를 발표했다.

'아홉수'가 본인의 이야기를 많이 담은 노래라고 했는데 어떤 노래인지. 

ㄴ 제가 서른이 다 됐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꾸준히 해왔는데 나이가 어느 정도 되니까 그간 열심히 했고 자신 있던 제 모습이 점점 사라지더라. 그렇게 자신감이 줄어들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아진 제 혼란스런 감정을 담았다. 그러나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좀씩 늘고 있던 시점이라 포기가 아니라 열심히 해야겠다는 뉘앙스를 담은 노래다. 

한살한살 먹어도 동안인걸 믿었던 내 20대였는데 이제는 위로가 안돼

까만밤에 나홀로 한숨을 크게 내쉬고 괜히 탓하지 말아야지 아홉수 아홉수 - '아홉수' 中

'여자로 보여'를 발표한 과정이나 계기가 궁금하다. 

ㄴ 운전하고 가던 중 갑자기 제목이 생각났다. 그 당시 가까운 사이인데 여자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이 상황을 노래로 만들면 많이들 공감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30분 만에 빨리 만들었다. 그 곡을 처음 쓰던 당시에는 회사(어베인뮤직)가 없었다. 만든 이후 회사와 컨택이 돼서 앨범을 내게 됐다.







소속사가 없던 시절엔 어떻게 음악을 했는지. 

ㄴ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서울에서 자취하며 살았는데 음악을 할 환경이 안 되니까 다 접고 고향에 내려가 1년 정도 작업만 열심히 했었다. 

어베인뮤직과 만나 데뷔하기 전 이야기가 궁금하다. 

ㄴ 제가 사회에 좀 일찍 나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바를 했었고 군대도 빨리 다녀왔다. 그런데 알다시피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돈 벌기 위해 쓰는 시간이 많아져 정작 음악을 원하는 대로 못 했었다.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어떻게든 병행을 해야겠다 싶어서 정말 음악을 열심히 했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다 운 좋게 회사를 만났다. 

아르바이트라면 어떤 것을 했었는지. 노래 관련된 일을 하진 않았나. 

ㄴ 미사리에서 서빙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미사리니까 노래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서빙만 해야 해서 그만뒀다(웃음). 피자집 알바, 핸드폰 판매도 했었다. 계속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그때그때 할 수 있던 것을 하며 버텼었다. 







그렇게 오래 혼자 음악을 하다 '어베인뮤직'에 들어온 계기가 궁금하다. 

ㄴ 사실 저희 대표님이 되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형님이었다. 원래 음악을 계속하셨고 본인 앨범 준비도 하시던 중에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레이블을 하나 만들고자 하셨고, 제게 '평소에 눈여겨봤다. 바닥부터 같이 하면서 좋은 그림 만들어보자'라고 권유해서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

바닥부터 같이 하자는 말을 들었다. 소속사의 지원이 어떤가(웃음). 

ㄴ 어느새 회사가 생긴 지 2년 정도 됐다. 지금은 제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처음에는 음악 외의 일도 다 같이 덤벼들어 하곤 했지만, 회사가 점점 커가면서 아티스트가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변해 만족스럽다. 



함께하는 아티스트가 더 있는지. 

ㄴ '울랄라세션', '5NL(오늘)', 저까지 세 팀이 있다. '덕환'이라고 OST를 불렀던 가수도 있다.

음악에 전념한 결과물이 'COME WITH ME'라고 보면 되나. 

ㄴ 그렇다. 회사와도 대화를 많이 했었고 작업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8개월을 기다려 'COME WITH ME'를 발매한 소감이 궁금하다. 

ㄴ 곡은 사실 2월에 만들어졌었다. 3월 단독 공연 때도 선공개했었고, 몇 번 불러봤는데 현장 반응들이 좋아서 자신있게 만든 앨범이다. 

앨범 발매한 지 얼마 안 됐다. 요즘에는 뭘 하며 지내고 있나. 

ㄴ 앨범 낸 지 얼마 안 돼서 홍보 방법에 대해서 많이 회의 중이기도 하다. 우선은 공연 위주로 많이 하고 있다. 9월에는 미국에 갈 예정이라 그전까지 공연과 여러 가지 촬영을 많이 했다.







공연 위주의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인지. 

ㄴ 올해 3월에 소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했었다. 그때 관심 가져주신 분들이 이후로도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고 그런 점이 공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는 무슨 이유로 가는지. 

ㄴ 사실 'COME WITH ME'가 독자적인 곡이 아니라 앞으로 3개월간 내는 프로젝트 앨범이다. 세 곡을 담는 전체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영상을 만들 예정이다.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익숙한 형태를 벗어나 'FRJ'란 데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 영상, 패션브랜드, 앨범이 하나로 이뤄질 예정이다. 또 겸사겸사(웃음) LA에서 열리는 한인 축제 초청공연으로 '울랄라세션'과 같이 간다.



'울랄라세션'은 잘 지내고 있는가. 4월 합류 이후 소식이 뜸한 편이다. 

ㄴ 지금 '울랄라세션' 이름으로 새 앨범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함께 살고 그런 것이 아니니 정확히는 모른다(웃음). 

'울랄라세션'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하다. 

ㄴ 예전부터 너무 팬이어서 신기했다. 사실 아직도 신기하다. 같이 차를 타고 다니거나, 같은 무대에 서고 같이 노래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아직도 신기하다. 

'신기하다'는 말을 보면 아직 가수, 연예인으로서의 실감은 없는 것 같다. 

ㄴ 저는 아직 연예인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웃음). TV에서 보던 분들과 같이 차에 타서 장난치고 있으면 무척 신기하다. 







'COME WITH ME' 후에 나올 두 곡은 어떤 노래인가. 'COME WITH ME'의 연장선에 있는지.

ㄴ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이나 목적이 있다. '여자로 보여'가 좀 알려진 뒤 제 이미지가 따듯하고 착하고 여린 느낌의 음악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 저는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는데 이렇게 굳지 않기 위해 이미지 변신을 하려고 한다. 이번 노래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남성적이고 강하고 몽환적이고 야릇하고 좀 세고 섹시한 느낌이다. 다른 두 곡은 연장선이라고까지 하기엔 다른 결이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을 주고 싶다. 세 곡 모두 '여자로 보여'에서 다른 지점을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이다. 

'COME WITH ME'는 가사가 꽤 센 편이다. 

ㄴ 사실 회사에서는 다 같이 걱정했다. 방송할 수 있을지. 그렇지만 방송을 위해서 곡을 쓰면 곡이 나오지 않는다. 그때그때 느끼는 것을 써야 한다. 그 와중에 방송하는 곡, 못하는 곡이 나오겠지만 제 팬들은 모든 곡을 다 들으실 수 있으니 다양한 메뉴를 드리고 싶다. 

숨기려 하지 말고 널 그대로 보여줘 못이기는척 말고 날 이기려 들어줘
 

break me down 돛은 이미 세웠으니까 어서 배에 올라타 기대해 아주 멀리갈꺼야 - 'COME WITH ME' 中 
 

방송을 위해 곡을 쓰지 않는다는 말은 본인 활동에 있어 음악이 중심이란 의미인지.

ㄴ 예전에는 사실 음악만 하려는 생각이 엄청 강했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진 거다. '제 음악을 알리려면 먼저 연예인이 돼야 하나?' 라는 고민도 생겼다. 음악이 아닌 방법으로라도 날 알려야 음악을 알릴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음악이 제게 1번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본인의 음악 세계는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ㄴ 장르적으로 봤을 땐 흑인 음악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에는 장르가 딱딱 구분되지 않고 어떤 느낌을 가져가는 것들의 집합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제가 한 장르를 고집한다는 것은 다소 올드한 발상이지만 음악의 뿌리로는 R&B를 가져가면서 그 안에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고 싶다. 한국적 정서라고 해서 국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웃음). 비록 음악적 장르 자체는 외국곡이 기반이 되겠지만, 그 사이에서 한국적 정서를 얼마나 잘 담아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음악 공부를 어떻게 해왔는지 궁금하다. 

ㄴ 정규적인 교육과정을 받은 적 없이 독학을 오래 했다. 어릴 적부터 화성학책을 혼자 보며 배웠다. 정규과정을 밟지 못해서 데뷔까지 가는 길을 많이 돌아온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타 레슨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기타를 혼자 쳤는데 그래선지 버릇이 생겨 고치려 하고 있다. 또 보컬레슨도 계속 받고 작곡, 편곡가 분들에게도 배우고 있다. 계속 더 많이 배우고 싶다.

음악을 하고 싶었던 계기나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ㄴ 아마 제 생각에 다들 엄청 큰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좋아하니까 하는 건데 포기하지 않은 이유라고 한다면 다른 걸 하고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없고 어떻게든 이걸로 잘 되고 싶다. 음악으로 잘되면 재밌고 멋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싱어송라이터라곤 하지만 음악을 하는 게 전반적인 꿈이다. 노래하며 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음악 안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혹시 노래를 못 하게 되더라도 음악계에서 종사하며 살고 싶다. 







20대를 가수가 되기 위한 준비만 한 거나 마찬가지다.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ㄴ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 그 부분을 먼저 해결하려고 일을 하니 음악을 못하고 그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낸 원동력은 뭔가. 

ㄴ 아버지가 많이 밀어주셨다. 집이 부자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부모님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실 텐데 '네가 원하는 거니까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라. 잘 될 거다' 라는 응원이 있어서 마음의 여유를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열풍이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나가볼 만도 한데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었다. 

ㄴ 초창기엔 '오디션 출신 가수'라는 꼬리표를 방송에서 붙여주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그런 것들로 인해 혹시나 오디션에서 잘 풀리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철없는 생각이었다(웃음). 

'COME WITH ME'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이 더 있다면. 

ㄴ 'DEX'라고 저랑 노래의 프로듀싱 같이 한 친구가 있는데 고3이다. 이제 졸업을 하는데 그 친구가 제게 작업하며 신선한 영감을 줬다. 이번 3부작을 다 같이했고 작업 방식에 대한 새로운 패턴을 갖게 해줬다. 기대해달라. 








음악 외의 평소 취미는 무엇인가. 

ㄴ 사진을 좋아한다. '울랄라세션'의 김명훈 선배가 사진작가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회도 여셨는데 선배를 통해 조금씩 사진을 배우고 있다. 영상 관련된 것도 좋아한다. 사실 '여자로 보여' 뮤직비디오 편집을 직접 했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ㄴ 제가 이제 서른이 된다. 제 음악은 조금 유행에 민감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음악을 지금 하고 있어서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10년 뒤에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시간이 흘러 더하고 싶은 게 있다면 후배 양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가 막힌 후배들을 길러내고 싶다. 사실 전 가수가 아니라 작곡가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곡을 써도 어디에 내놓을 방법이 없었다. 예전에 제가 만든 7곡을 시디에 담아 강남에 있는 엔터 회사에 다 돌렸었다. 음료수랑 시디 들고 가서(웃음). 열 몇 군데 돌렸는데 다 떨어졌다. 그래서 내 곡을 써도 누가 불러줄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해야 하나 해서 시작한 거다. 그렇지만 지금은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열심히 하고 있다.

'후니아'의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ㄴ 이건 그냥 '아 감사합니다'가 아니다. 저는 아마 지금 있는 팬들이 안 계시면 가수를 안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저를 정말 아껴주시고 대단한 사람처럼 대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그걸 져버리고 다른 걸 해야겠단 생각을 못 하겠다. 제 팬이라는 게 주변에 창피하지 않게 만들어드리고 싶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잘 되고 싶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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